인수에만 16조, 산발적인 투자가 실패 불렀다…아마존의 역설 [김리안의 글로벌컴퍼니]

입력 2022-02-20 11:45   수정 2022-03-22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마존에 식료품 사업은 값비싼 취미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미국 내에서 한때 '유통 공룡'으로 군림했던 월마트와 함께 종종 비교 거론되곤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주름잡았던 월마트가 온라인 체질 개선에 실패해 아마존에 추월당하면서다. 그런 아마존이 월마트에 비해 유독 맥을 못추는 분야가 있다. 바로 식료품 사업 부문이다. "식료품 사업은 아마존에 있어 비싼 취미일 뿐"이라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의 발언은 이 같은 위기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주가 왜 이래?" 눈 돌려 보니 '식료품 매출 부진'
사실 식료품 부문은 아마존의 오래 된 '아픈 손가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아마존 식료품 사업이 질타를 받기 시작한 것은 최고경영자(CEO) 교체, 주가 부진 등과 무관치 않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작년 7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전자상거래 분야의 급성장과 클라우드 사업 부문 매출 확대에 힘입어 아마존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2016년 이후 약 5년간 아마존 주가가 400%나 급등했다.

그러나 그의 후임으로 앤디 재시 신임 CEO가 총대를 메게 된 이후 주가는 13% 가량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구글 애플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지난해 주가 흐름 중 최악의 성적표로 꼽힌다. 주가와 별개로 기업 실적도 나빴다. 아마존의 작년 성장률은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부진한 사업부를 찾는 데 혈안이 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홀푸드와 아마존 프레시 등 아마존의 식료품 자회사가 타깃이 됐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 식료품 사업부가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전체 매장 수는 2018년 대비 17%나 늘어났지만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 18% vs 아마존 2.4%
미국 식료품 시장 규모는 7500억달러(약 897조원)로 추산된다. 북미 시장조사기관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월마트가 식료품 시장 점유율 18%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월마트는 크로거(8.8%) 코스트코(6.4%) 등 2~3위 기업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반면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닷컴(1.3%)과 홀푸드(1.1%)를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3%가 채 되지 않는다.

대규모 시장을 독과점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월마트 타깃 크로거 알버트슨 등 오프라인 체인점 위주의 식료품 업계 강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온라인 투자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우버 등 신생 온라인 배송 업체들도 아마존의 최대 경쟁력인 빠른 배송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물류 투자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 식료품 사업부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아마존의 식료품 사업부는 여러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처음 선보인 아마존 프레시를 필두로 2014년 아마존 프라임나우(2016년 식료품 영역으로 확장), 2018년 아마존 고(2020년 식료품 영역으로 확장) 등 식료품 판매 채널을 잇따라 출시했다.

2017년엔 대형 식료품 체인점 홀푸드를 인수해 다른 식료품 경쟁사들을 긴장시켰다. 당시 아마존이 홀푸드를 사들이기 위해 지불한 가격은 137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아마존이 직전 단행했던 인수합병(M&A) 거래의 10배가 넘는 거액이었다. CNBC는 "아마존이 식료품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식료품 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과도하고 산발적인(sprawling) 투자' 때문이다. 아마존의 식료품 판매 채널이 여러 곳으로 분산된 탓에 자회사 별로 자원을 끌어다쓰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부 경쟁보다 내부 경쟁에 치중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베이조스가 의도적으로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해 아마존을 성장시킨 측면도 있지만 내부 경쟁과 혼란, 명확한 방향성 부족, 자회사 간 문화 충돌 등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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